일상/잡담

2024.03.29 근황

RHBY 2024. 3. 29. 15:56

제작년 입사했던 Salesforce 회사..

나쁘지는 않았는데,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1. SI회사 특성 상 야근/추가근무 너무 당연시 여겨지고 쓰다 버리는 부품 정도로 사람을 인식함

2. 연봉 테이블이 엉망진창. 2년차 개발자가 왜 신입보다 연봉이 10% 이상 차이가 나는 지? (2년차 개발자가 연봉 더 낮음)

3. 꼰대가 PM으로 있는 프로젝트에 투입 됨. 회식을 5차까지 안 가면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는 건 어느 세기 회사인 지.

 

기타 등등의 이유가 있었고, 마침 친구를 통해 새로운 회사로 이직 제의가 들어와 국책과제 수행 목적으로 그 해 9월, 구로의 민원 전문 솔루션 개발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다.

 

팀장이 굉장히 강단있는 사람이었고, 팀 회식비도 잘 챙겨주시고 근무 중 티타임도 수시로 가지고 업무 자체도 데드라인만 잘 지키면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는 분위기여서 '아, 이직하길 잘했다' 라고 생각을 했으나.

 

수습도 아직 못 떼고 국책과제 수행팀 3개월을 채우지 못했는데 인사팀으로부터 전해들은 말.

 

내년부터 팀 개편이 있을 예정인데, OO씨는 기술개발 2팀으로 갈 거에요.
업무는 국책과제가 아니라 SI파견이고 아마 1주 내로 우체국으로 파견 나가실 거에요.

 

 

듣자마자 머리가 멍해졌다.

 

이럴거면 왜 이직했지? SI하기 싫어서, 단기 프로젝트로 다양한 경험 쌓을려고 여기 왔는데 갑자기 SI라니?

거절도 하고 싶었는데, 하필 면접 때 '에이 설마 SI 내보내겠어' 하고 "불가피하다면 외근도 가능합니다" 라고 말 했던 내가 미친놈이지. 싶었다.

 

어쩔 수 없이 나간 우체국 파견.

좋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런 건 장점으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매일매일 1시간 30분 걸리는 편도거리, 입맛에도 안 맞는 밥을 그 비싼 돈 주고 (1만원 넘게) 먹으면서 점심에 잠도 못자고 정시 퇴근하려고 하면 눈치보고 일은 계속 산더미처럼 들어오고 옆에 있는 사람은 일도 안하고 맨날 유튜브 핸드폰만 보고 있고. 심지어 처음에는 본사에서 멀지 않은 가산이라더니 1달만에 사무실 계약기간 만료라고 당산으로 쫒겨나고. 생일날에는 새벽 내내 모니터링 업무에 시달리고. 덕분에 아침에 여자친구한테 한 바탕 깨졌다. 피로도 관리도 못하냐고.

 

더 다니기 싫어서 다른 자리를 알아보려는 찰나 프로젝트가 급작스럽게 종료되고 (이것도 웃긴게, 외주 관리사에서 갑자기 하루아침에 나가라해서 정리해서 철수함) 바로 다음 프로젝트로 투입되었다. 염창동.

 

염창동은 당산보다 지옥이었다. 출퇴근은 또 다시 1시간 30분이 걸리고, 투입된 지 2주 만에 구내식당은 문을 닫고, 주변에는 주거지역만 잔뜩 있고 밥집은 없고 있는 거라곤 토스트 집 하나, 김밥집 하나..매일매일 야근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근무 문화에 토악질이 나올려고 하는데 누가 더 야근 많이 했나 자랑이나 하고 있는 멍청한 직원들 때문에 손톱발톱 끝까지 스트레스가 치밀어 올랐다.

 

아직도 어이가 없다. 멍청한 새끼들. 야근 많이 한게 자랑이냐?

'나 일 많이 밀렸고 일 처리 속도 드럽게 느려요~' 라고 등 뒤에 써 붙이고 다니지 그러냐.

 

업무량은 어찌나 살인적이던지, PPT 264장 분량의 페이지를 만들어달라는데 기한을 달랑 2달 준다. PM이 진짜 무능의 끝판을 달리는 곳이었고, 어찌저찌 데드라인 맞춰가며 복사 붙여넣기 급으로 작업을 진행했는데 막판에는 이걸 왜 이렇게 만들었냐고 나한테 따지고 든다.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했습니까? 그럼 마감기한이라도 더 주시던가요.

 

 

 

 

한 마디로 더 이상 SI를 다니기 싫었고, 이 일을 수행하는 데 우울감과 번아웃이 동시에 찾아오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염창동에서의 프로젝트도 마무리 되어가던 찰나, 본사에서 들리는 목소리.

'현금 유동성이 낮아져 연봉 협상이 어렵다, 명절 선물도 축소하겠다(아예 안줌), 종무식도 없다.' 등등.

들으면 들을 수록 기가 차는 내용이 들려와 한시라도 빨리 탈출하기 위해 집 근처 직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내근 100% 서비스 고도화를 진행하는 솔루션 업체가 있어 여기에 지원했고

절실한 마음을 담아 내 역량을 모두 뽐내가면서 면접을 본 결과 첫 경력직 채용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 다니는 회사도 100% 만족할 수는 없는 부분이 있다.

웹으로 들어왔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앱을 하라고 하질 않나.. 대표는 자꾸 출시되지도 않은 릴리즈에 반박을 가하면서 이리저리 자기 입맛에 맞게 바꿔달라는 오더만 주구장창 내리질 않나..

 

하지만 SI로 버려진 제작년과 작년 나의 삶에 비하면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새 싹을 틔울 수 있을 지.. 이제 나에겐 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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